때는 바야흐로 4년 전, 동네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갓 스무 살이 된 여자 손님 둘과 남자 손님 둘이 가게에 왔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여자 손님이 자기 주량을 아직 모르더라고요.
술이 들어갈수록 주량을 알아가는 게 아니라 인생의 중력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비틀비틀 걷다가 넘어지고, 벽에 부딪히고, 집기를 넘어뜨리고…
결국 제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둔 놀이방 매트에 데려다 눕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편안하게(?) 누워서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손님이 아니라 환자다.’
집에 데려다줘야겠다 싶어 부모님께 연락했지만 아버지는 멀리 계셨고, 본인도 술을 드셔서 오실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친구들이 수소문해 집 주소는 알아냈는데,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얘를 어떻게 들고 가지?”
남자애들이 양쪽에서 들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겨드랑이를 잡으면 옷이 따라 올라가고, 다리를 들면 너무 무겁고…
그때 갑자기 제 머릿속에 번개처럼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제가 가게를 하기 전에는 유치원 외부강사로 일했는데, 그때 쓰던 교구를 아직 차에 싣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웬만한 어른도 거뜬히 올라갈 만큼 엄청나게 큰 낙하산이 하나 있었습니다.
“잠깐만! 차에 낙하산 있어!”
낙하산이 찢어질까 봐 반으로 몇 번 접고, 취객을 조심조심 굴려 낙하산 위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남자애들과 주변 아저씨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날 밤 우리 가게 앞에서는
스무 살 취객 한 명을 낙하산에 태워 이송하는 초유의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네 명이 낙하산 귀퉁이를 잡고 조심조심 옮겨 차에 싣고, 동네라 차로 집까지 데려갔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웬 여자아이가 나왔습니다.
“어디로 데려다 놓으면 돼요?” 물었더니 “잠시만요” 하더라고요.
그런데 잠시 후 나온 건 도움의 손길이 아니라…
휴대폰 카메라였습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겁니다.
속으로 ‘아니, 지금 이 상황이 사진 찍을 상황이냐고!’ 싶어서
“야! 어디로 가면 돼!” 했더니 왼쪽 방을 가리켰습니다.
우리는 낙하산째 방으로 들어가 취객을 굴려 내려놓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아까 사진 찍던 애는 누구야? 도와주지도 않고 사진만 찍던데?”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동생인데요.”
그리고 2년쯤 지났을까요.
어느 날 여자 손님 한 명이 혼자 술을 마시러 왔습니다.
그런데 며칠째 혼자 와서 술을 마시는데 뭔가 속상한 일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우리 알바 친구가 마음이 쓰였는지 저한테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이모, 저 동생이랑 앉아서 얘기 좀 해도 돼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죠.
저도 짬을 내서 잠깐 가서 얘기를 나눴는데 첨 보는 친구인데도 낯설지가 않고 측은했답니다.
동네에서 오며가며 봤을 수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게 인연이 되어 그 손님은 며칠 동안 계속 혼자 가게에 왔고, 저희와도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어느 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살 많은 언니가 있다는 겁니다.
언니도 술을 좋아한다고 다음에 저희 가게로 데려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불현듯 머리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어요.
"너 혹시 예전에 안경꼈었어?"
"네!"
"혹시 머리 짧지 않았어.?"
“네. 완전 숏커트였어요. ㅎㅎ
근데 우리 언니 술 취하면 장난 아니에요.
예전에 술 취해서 낙하산 타고 집에 온 적도 있어요.”
순간 제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뭐?”
그 순간 퍼즐이 딱 맞았습니다.
“야… 그 낙하산… 나야!”
알고 보니 그날 술 취해서 낙하산을 타고 귀가했던 언니와,
그날 현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동생이 바로 이 손님 자매였던 겁니다.
“잠깐만! 그럼 그때 사진 찍던 애가 너였어?”
그러자 그 친구가 깔깔 웃으며 말했습니다.
“맞아요! 저 그때 사진 찍어놨는데요?”
그리고 사진을 보여주는데…
세상에. 낙하산을 들고 있는 내가 떡하니 찍혀 있었습니다.
"이 보라색옷이 나야!!!ㅋㅋㅋㅋ "
그 순간 둘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저도 그제야 그날의 기억을 소환하며 한마디 했습니다.
“야! 그때 내가 언니 데려다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는 도와주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 있었냐!”
"두고두고 놀려먹을라고요!ㅋㅋㅋㅋ "
그날 우리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장사를 하면서 수많은 손님을 만났지만,
내가 낙하산까지 태워서 집에 보내준 손님이 2년 뒤 다시 연결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유치원 교구였던 그 낙하산이 없었다면
그날 그 손님은 과연 어떻게 집에 갔을까요?
아마 저도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그날 우리 가게의 낙하산은 아이들 놀이용이 아니라,
스무 살 취객의 귀가용 특수구조장비로 역사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