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산 서면롯데백화점 후문쪽에서 60평대 작은
보컬학원, 서울에서 내려온 청담메디보컬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입니다.
저는 요즘 학원 문 열 때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보컬학원을 운영하는 걸까, 아니면 사람들의 변명과 긴장을 수거하는 일을 하는 걸까.’
왜냐하면 저희 학원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거의 비슷하시거든요.
문 열고 들어오실 때는 다들 꽤 멀쩡합니다.
예약도 하고, 상담도 받고, 웃으면서 인사도 하세요.
그런데 제가 아주 평화롭게
“편하게 한 곡만 불러보실게요”
이 한마디를 꺼내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다들 사연이 많아지십니다.
“원장님, 원래는 이 정도 아닌데요…”
“오늘 비가 와서 목이 잠긴 것 같아요.”
“제가 아까 커피를 마셔서…”
“어제 라면을 먹어서 그런가…”
“원래 집에서는 잘 되는데 마이크만 잡으면 사람이 달라져요…”
처음엔 저도 몰랐습니다.
부산 서면에 이렇게 목 상태가 날씨와 라면과 커피에 따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요.
심지어 어떤 분은
노래 시작 전에 물 한 모금 드시고,
헛기침 두 번 하시고,
목을 좌우로 돌리시고,
천장을 한 번 보신 뒤에
아주 비장하게 첫 소절을 부르십니다.
그 표정이 정말 대단합니다.
거의 “이 한 곡에 내 모든 명예를 건다” 같은 얼굴이거든요.
그런데 더 재밌는 건 그 다음입니다.
그렇게 첫날에는
“저는 진짜 음치예요.”
“축가는 꿈도 못 꿔요.”
“노래방 가면 그냥 박수 담당이에요.”
하시던 분들이
몇 달 지나면 슬슬 달라집니다.
“원장님, 저 이번에 친구 결혼식 축가 맡았어요.”
“회사 회식에서 마이크 잡았는데 반응 좋았어요.”
“다음 곡은 조금 더 높은 곡 해볼래요.”
“녹음해보니까 예전보다 덜 이상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마다 저는 속으로 늘 같은 생각을 합니다.
‘아… 또 한 분이 노래의 세계로 들어오셨구나.’
사실 저는 이런 순간들이 참 좋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취미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노래 한 곡 부르는 게 생각보다 큰 용기거든요.
처음엔 목소리도 작고,
자꾸 눈치 보면서 웃고,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하던 분이
어느 날은 스스로 녹음해보고,
고음 도 내고,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다음 목표를 먼저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속으로
‘그래, 이 맛에 학원 하지’
하게 됩니다.
물론 학원에는 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저희 학원에는 이상하게 간식에 진심인 분들도 많습니다.
수업 끝나고 그냥 집에 가시면 될 텐데
로비에서 한 번 멈추십니다.
과자를 한 번 보고,
초콜릿을 한 번 보고,
냉장고 쪽도 슬쩍 보시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십니다.
“원장님, 오늘 간식 리필됐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잠깐 헷갈립니다.
내가 지금 보컬 원장인지,
매점 사장인지,
아니면 과자 입고 담당자인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배고프면 예민해지고, 예민하면 고음도 잘 안 올라가니까요.
…라고 저는 늘 좋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한 번은 어떤 분이 상담 오셔서
아주 진지한 얼굴로 저한테 그러셨습니다.
“원장님, 저는 진짜 심각한 음치예요.
저 같은 사람도 사람 만들어질 수 있나요?”
저는 그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참 귀엽고 짠했습니다.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그렇게까지 말씀하셨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그분이 몇 달 뒤에는
직접 녹음도 하시고,
라이브실에서 노래도 부르시고,
나중엔 먼저
“원장님, 다음엔 이 노래 해볼까요?”
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날 수업 끝나고 혼자 남아서
괜히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그래서 저는 이 일을 계속 좋아하나 봅니다.
보컬학원 원장이라고 하면
다들 노래 잘하는 사람들만 상대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학원에는
노래방에서 늘 마이크를 피하던 사람,
축가를 앞두고 갑자기 겁이 난 사람,
목소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
그냥 퇴근하고 한 곡이라도 제대로 부르고 싶어서 온 사람,
그리고 “나는 진짜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달라집니다.
노래를 조금 더 크게 부르고,
자기 목소리를 조금 덜 부끄러워하고,
“안 될 것 같아요” 대신
“한 번 해볼게요”라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변화가 참 좋습니다.
그래서 누가 저한테
“원장님 가게 자랑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하면
거창한 인테리어나 멋진 말보다
이 얘기를 먼저 하고 싶습니다.
저희 청담메디보컬은
노래를 잘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기 목소리를 믿어보게 되는 곳이라고요.
처음엔 다들 변명 한가득 안고 들어오지만,
결국엔 한 곡 더 부르고 싶어지는 곳.
“저는 안 돼요” 하던 사람이
“원장님, 다음 곡은 뭐 해요?”라고 바뀌는 곳.
그게 제가 운영하는 학원이고,
제가 제일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아마 누군가는
“원래는 이 정도 아니에요…”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겠죠.
그러면 저는 또 웃으면서 말할 겁니다.
“괜찮아요.
원래 다 그렇게 시작하세요.”
오늘도 저는 청소를 합니다.
최고의 학원은 아닐지라도 최고로 깔끔한 학원은 될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