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보면
가게 앞 LED 간판을 유심히 바라보시던 한 할머니.
선글라스 안경을 단정하게 쓰시고,
쇼핑카트 손잡이를 가지런히 잡고 계신 모습이
참 단아하고 품위 있어 보였다.
살며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부드럽고 지적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혹시 제가 주문하는 것도 해주실 수 있나요?"
"네, 어떤 음식이세요?"
"양념낙지가 먹고 싶어서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낙지는 없지만 쭈꾸미볶음은 가능합니다."
잠시 생각하시던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그럼 쭈꾸미볶음으로 부탁해요."
정성껏 만들어 포장을 해드렸다.
포장 봉지를 받아 드시던 할머니께서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뜻밖의 말씀을 건네셨다.
"사장님 얼굴을 보니까 음식을 참 맛있게 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 저를 바라보시며
조용히 덧붙이셨다.
"이 나이가 되면요,
사람 얼굴만 봐도 느낌이 와요."
그 말씀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남았다.
좋은 얼굴은 잘생긴 얼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살아온 삶이 만들어 내는 표정인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가끔 거울을 보며 혼자 웃는다.
'그래, 아직 얼굴값은 하고 사는 모양이다.'
이 역대급 근자감이
오늘도 즐겁게 음식을 만들게 하는 힘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