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이었던 자리에
마을 어른들 노동주 한잔 기울이시라고
슈퍼 하나 없는 동네에
나름 당차게
‘전빵’ 하나를 열었다.
귀촌 5년차..
문을 연 지 어느덧 5개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진상과
시시비비를 겪었지만
지난주 일은 정말 기가 차서
헛웃음만 나왔다.
우리 가게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
밤 9시 40분.
슬슬 가게 문을 닫기위해
정리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얼큰하게 취한
어르신 너댓 분이 들어오시더니
“막걸리 딱 한 병만 먹고 갈게.”
그 ‘딱 한 병’이
어쩌면 그렇게 긴지.
시골에 들어와 장사를 하면서
어르신들 연세가
내 부모님 또래인지라
참을 인(忍)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긴다.
가끔은
어디서 배워 오셨는지 궁금할 만큼
농도 짙은 주접 발언이 날아와도
옅은 미소 하나로 넘긴다.
대꾸했다가는
말꼬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 테니까.
안주도 없이 드시니
김치라도 내어드렸다.
그런데 갑자기 한 분이
내 운동화 끈을 휙 잡아당긴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발이 답답해 보이네.”
…….
뭐라고 대꾸했다가는
또 말꼬리를 잡을 것 같아
아무 말 없이 뒤돌아
다시 신발끈을 묶었다.
잠시 후,
“젓가락 하나 더 줘.”
가져다드렸다.
그런데 또 신발끈을 푼다.
이번에는 말했다.
“안 답답하니까 그만하세요.”
그러자 아주 태연하게
“발이 작네~”
나는 다시 조용히 돌아서서
신발끈을 묶었다.
그때 일행 중 한 분이
아주 자연스럽게 한마디를 던진다.
“거, 눈치 없네.
숙이고 묶어야 젖가슴이라도 한 번 훔쳐볼 긴데.
아니면 여기 와서 앉든가.”
…………
정말이지
미칠 노릇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아침 9시 반 문을 열고 오픈 준비 중 이었다.
커피머신은 아직 예열 중.
“커피 한 잔 줘.”
“조금만 기다리세요.
머신이 아직 예열이 안 됐어요.”
잠시 후 커피를 내려드리면
말없이 커피만 들고 그냥 가신다.
황급히 붙잡는다.
“이장님, 아직 개시도 못 했어요.”
그러면 아주 태연하게,
“나는 그냥 주~.”
하고 가신다.
....
그렇게 오늘도
시골 장사의 새로운 역사를 배운다.
무전취식은 이장.
신발끈은 이장 동생.
이 작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 온 동네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나 하나를 봄날 이잡듯 뒤적 거린다.
귀촌 5년 차,
전빵 오픈 5개월 차.
나는 오늘도 깨닫는다.
장사는 물건만 파는 일이 아니라
참을 인(忍)을 팔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문을 연다.
왜냐하면
나는 여기서 쉽게 지고 싶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