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오픈 초기에 유독 자주 오시는 중년 손님 한 분이 계셨다.
3일에 한 번꼴로 오셨다.
우리 가게는 객단가가 워낙 낮아서 그분이 오시면 보통 2~3만 원 정도 나왔다.
두 번째 오셨을 때부터 나한테 농담처럼 말씀하셨다.
“사장님, 나 외상 좀 해줘요.”
그냥 웃긴 손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분이 지인들과 같이 오실 때마다 재미있는 행동을 하셨다.
지인들이 계산하려고 하면 본인이 먼저 나서서 계산을 해주셨다.
그런데 지인들 앞에서는 꼭 나한테 큰소리로 외쳤다.
“사장님! 나 외상이야! 외상!”
그러고는 지인들이 안 보는 사이에
본인이 몰래 계산을 해주고 가셨다.
나는 그 모습을 몇 번이나 보면서 생각했다.
‘아, 이분 진짜 재미있는 분이네.’
한 번은 우리 엄마가 가게에 잠깐 와서 일을 도와주셨다.
그 손님이 그걸 보시더니
“어머니 고생하시는데 커피라도 사 드세요.”
하면서 엄마한테 만 원까지 주셨다.
나는 그때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아, 이분 좋은 분이구나.’
그렇게 그 손님은 계속 찾아오셨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지인을 훨씬 많이 데리고 오셨다.
평소에는 2~3만 원 나오던 분인데
그날은 금액이 무려 4~5배가 넘게 나왔다.
계산할 때가 되자 역시나 똑같았다.
지인들 앞에서 또 외쳤다.
“사장님! 외상! 외상!”
나도 웃으면서 받아쳤다.
“그럼요. 해드리죠!”
그런데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그 손님이…
진짜 외상으로 가셨다.
나는 당연히 곧 다시 오셔서 계산하실 줄 알았다.
하루 이틀 지나면 오겠지.
일주일이면 오겠지.
한 달이면 오겠지.
그런데…
4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안 오셨다.
나는 동네 장사를 한다.
동네가 넓지도 않다.
그러니 길에서 마주칠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 손님만 한 번도 못 봤다.
처음에는 기다렸다.
그러다 한 달쯤 지나니까 걱정이 됐다.
두 달 지나니까 슬슬 이상했다.
세 달 지나니까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나도 모르게 길에서 중년 남자분만 보면 속으로 생각한다.
‘혹시… 외상값 받으러 가야 하나?’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설마 이분, 오픈한 가게만 찾아다니면서 외상하고 다니시는 건 아니겠지?’
장사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지만,
이 손님 덕분에 딱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
손님이 “외상”이라고 백 번 외쳐도
웃으면서 “그럼요”라고 대답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어떤 손님은 농담으로 외상을 외치고,
어떤 사장님은 농담으로 대답했다가
진짜 외상을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그 손님이 다시 나타나서
“사장님~ 외상값 주러 왔어요.”
라고 말하는 그날을.
…4개월째 기다리는 중이다.